하나님, 감사합니다.

 “은영아, 죽을 수도 있었던 너를 살려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어렸을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어릴 적 목포에 살았을 때 원인도 모르고 몸에 마비가 온 상황에서 거의 죽어가던 저를 신유의 은사가 있으신 권사님의 안수기도로 하나님께서 살려 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희 가족은 하나님의 은혜로 제가 살았다고 굳게 믿었고 그 믿음 하나로 교회를 다녔습니다. 저 또한, 저를 살려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교회 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사춘기 무렵,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교회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 복 주신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하시고 엄마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계셨습니다. 고되고 힘든 생활이었지만 엄마는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셨습니다. 되도록 주일에 교회에 나가려 하셨고, 일 때문에 주일에 예배를 드릴 수 없으면 성경과 기도로 대신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힘든 중에도 새벽기도와 금식기도도 놓지 않으시고 열심히 하셨는데 엄마의 수고와 우리 가족의 형편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때의 어린 저는 하나님이 야속하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저희 집은 예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유년시절에는 그저 제 목숨 살려 주신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에 감사하다고 했는데, 무언가를 알아갈 무렵에는 그 감사했던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완전히 교회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저는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은 공허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생활을 하고 돈을 벌었어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돈만 있으면 내가 갖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누리며 행복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책임감 있고 좋은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었지만, 실제의 저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미워했고, 나보다 잘 난 사람을 보면 질투를 했습니다. 교묘하게 남을 헐뜯기도 했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겉은 좋은 사람인 척 포장을 했지만, 마음은 온갖 오물이 넘쳐나는 시궁창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항상은 아니었지만 자주 제 마음 속에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미움, 질투, 시기, 거짓, 교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음과 세속적인 죄는 짓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마음, 이렇게 두 마음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왜 저는 장성한 후에도 행복할 수 없었을까요? 그런 괴로움에서 도망치고자, 엄마의 권유로 교회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실히, 성심을 다하여가 아니라 마음이 내킬 때면 찾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원망하고 있어서였을까요? 하나님 믿고, 예수님 믿으면 마음에 평강과 사랑이 넘친다고 하던데, 또 어떠한 고난과 시련도 감사하다고 하던데 제게는 그런 마음이 없었습니다. 주일 예배 때면 옆 자리에 앉은 성도가 목사님의 말씀에 맞춰 “아멘, 아멘”하는 소리가 거짓 같았습니다. 예배 중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대표기도는 제게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세상적으로는 자랐지만, 영적으로는 아직 13살 어린아이였기에 그랬나 봅니다. 그러던 중 2007년 결혼을 하면서 가좌동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듬 해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에 있었는데,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셨던 박영숙 전도사님을 통해 이 곳 성린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성린교회에 등록하고 구역도 배정 받아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믿음 때문에 여러 번 시험에 흔들렸습니다. 교회에 가서 하나님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으나 그 때 뿐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뜻대로 생활했습니다. 교회를 다녔지만 믿음은 제 손가락 한마디만큼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박영숙 전도사님께서 제자반 교육을 해 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주일을 지키는 것도 힘들었기에 교제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귀찮고 싫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면서도 믿는 것에 회의가 생기는 제 자신을 위해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반 공부를 통해 제가 얼마나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무지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저는 성경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복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복음은 저의 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크고 감사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왜 그랬을까?’하고 저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제가 죄인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볍게 여기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로마서 3장 10절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라는 말씀을 통해 인류의 시조인 아담으로 인해 전 인류가 범죄 하였으며, 그 때문에 모든 아담의 후손이 죄의 본성을 갖고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저는 제 입을 통해 죄인임을 시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고난 죄의 본성 때문에 죄로부터 자유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로마서 3장 11~12절 말씀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처럼 그 동안 죄를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을 멀리하며 세상적인 것에 더욱 힘을 쏟아 절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이 저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제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자 믿을 수 없게도 제 안에서 구원의 감사함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원한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던 나를 대신하여 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피를 흘리며 죽으신 예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로마서 3장 20절 말씀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와 로마서 5장 1절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의 말씀처럼 저의 어떠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을 믿는 것으로 구원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자반 공부를 마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자반 공부를 통해서 제가 변화 받은 간증문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제자반 공부는 매주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튼튼한 기초를 잡기 위해 여러 개의 철근을 묶어 세우 듯 매주 배운 성경 공부는 단단한 철근이 되어 저의 믿음이라는 건물에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간증문을 쓰려고 할수록 과거의 부끄러웠던 기억이 저를 괴롭혀 쓰기를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 기억 한 구석에 나를 살리시고 돌보아 주셨던 하나님이 떠올랐습니다. 쓰면 쓸수록 복잡한 마음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처음엔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은 서랍 안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찾는 심정으로 간증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쓰는 동안 내내 깨닫게 되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몸이 떨려 옴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제 갈라디아서 2장 20절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는 말씀을 생명줄로 여기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어릴 적 죽었거나 평생을 침대에 누워 생을 보냈어야 하는 저를 하나님께서 택하시어 고쳐주시고, 몇 번이고 시험에 빠져 하나님을 멀리하고 원망하며 지내 온 저를 잊지 않으시고 다시 하나님 품으로 불러, 영원한 사망의 올무에서 건져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남은 시간 어떠한 고난과 시련도 담대히 이겨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