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이에서 개척하기까지

김상환장로

  결혼생활 10여년동안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다니다보니 저의 믿음은 시들해졌습니다. 인천으로 올라온 후로 가정에 경제 파탄까지 와 큰 시련에 빠졌던 때에 이웃에 사는 홍기 어머니로부터 교회 나갈 것을 권유도 받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던 중 우연한 기회에 기독교방송 5분 설교를 듣고 마음문이 열렸는데 그 목사님이 바로 홍기 아버님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지금의 김지연목사님과 사모님이셨습니다.

  그 목사님은 린나이 회사 안에서 사목으로 계셨고, 그 곳에서 주일이면 예배를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자진해서 목사님과 사모님을 따라 린나이 회사안에 있는 교회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곳에는 약 20여명 가량 모여서 예배를 드렸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예배시간에 말씀도 저한테 하시는 말씀같고 찬송도 저를 위한 찬송같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예배시간 내내 울다 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1년쯤, 그러던 중 저의 병은 온데 같데 없이 나았고 저는 교회가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어느 날 교회에 갔는데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목사님이 작정 금식기도를 끝내시고 홍천교회로 가시기로 결정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죽음만 생각하고 살았던 제가 목사님을 만나 하나님을 알게 되고, 광명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목사님이 가시면 또 그 지옥같은 삶이 시작될 것 같았습니다.

  저희 성도들은 간곡히 말렸지만 홍천교회에서는 이미 공동의회까지 마쳐서 목사님 오실 날만 기다린다고 하셨고, 자녀분들은 전학준비까지 다 끝났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서운하여 식사라도 하자고 처음으로 박형기장로님과 울산으로 가신 최복음권사님과 가좌시장 맞은 편에 있는‘도란도란’이란 경양식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밥은 어찌 먹었는지 모르고 무조건 목사님을 붙잡고 개척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홍천교회는 우리가 책임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날 최복음권사님과 저는 이른 새벽에 마장동에 가서 홍천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금은 포장이 잘 되어 길이 좋지만, 그 때에는 꼬불꼬불 비포장 도로여서 멀미를 그렇게 많이 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가서 보니 교회는 크고 멋있게 지어졌는데, 사택을 보니 교회 뒤쪽 그늘에 스레트 지붕에 비가 오면 다 들이치는 방 두칸에 주방은 없고 연탄아궁이 하나 달랑 있는 곳이었고, 방은 곰팡이가 끼어서 누가 봐도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막상 사택을 보니 마음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장로님댁은 잘 지어진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장로님댁에 찾아가 우리는 개척할 것이기에 목사님을 못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리고 곧바로 일어서서 왔습니다.

  후로 얼마 있다 체육대회 날이었습니다. 진행도 하기 전에 성도들이 웅성거렸습니다. 홍천에서 장로님이 지금 사택에 와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체육대회 하려고 만들어 온 음식을 다 싸가지고 사택으로 올라갔습니다. 안방에는 70여살 되시는 그 장로님이 금식하고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약 30여명 되는 저희는 응접실에 앉아서 목사님은 절대로 못 보내드린다고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또 목사님 가시면 저희는 모두 예수님 안 믿을 꺼라고 협박아닌 협박까지 했습니다.

  저녁때 장로님이 안방에 나오시면서“젊은이들이 예수 믿겠다고 저러는데 내가 져야지”하며 돌아가셨습니다. 후일에 들려오는 말로는“노인네가 왜 인천까지 가서 목사님을 못 모시고 왔냐”는 원망도 들으셨다고 하였습니다.

  그 날 개척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수요예배로 첫 예배는 사택에서 드릴 때에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우리는 개척할 교회 터를 알아보던 중 진주아파트 정문 앞 지하 30평이 나와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1,200만원에 사글세, 그러나 그곳은 우리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주로 린나이 회사원으로 구성되어 젊은 청년이 대부분이었던 우리는 온 성도가 한 마음으로 전도하며 기도했습니다. 때론 목사님 사례비를 못 드릴 때도 있어 권사님과 저는 이럴 줄 알았다면 홍천에 보내드릴 껄 하는 후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하나님은 더욱 기도하게 하시고 전도하게 하셨습니다.

  기도하다보니 방언도 주시고 방언으로 밤새도록 기도하는 즐거움도 누렸으며, 말씀을 읽는데 말씀이 꿀송이보다도 달아 말씀을 보면서 혼자 울다 웃다 하며 새벽기도를 기다렸습니다.

  그때 저는 몸이 쇠약하여 46kg쯤 나갔으며 심장, 간장, 위장이 좋지 않아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약과 죽으로 살던 시절이었는데, 개척을 위해 기도하며 말씀으로 은혜를 받다보니 어느새 모든 병이 다 나았고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또 예수 안 믿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고 안타까워 견딜 수 없는 마음을 주셔서 열심히 전도하게 하셨습니다. 1년만에 교회를 건축하게 되었는데 주변의 많은 반대와 방해가 있었지만 기도로 다 이겨냈고 오징어등 생선장사까지 하며 건축비를 충당했습니다.

  기도의 제목을 놓고 금식하며 기도하면 그 때 그 때 응답이 와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30여년이 주마등같이 지나갑니다. 하나님이 고통과 시련을 통하여 저를 부르셨고 또 일꾼으로 사용하시려고 믿음 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또 힘들 때 함께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신 목사님과 사모님을 만나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항상 성린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함께 애쓰고 수고하신 모든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