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남 5녀 중 셋째 딸입니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기에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스러웠지만 당당하게 자랐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저와 친정어머니는 같이 살게 되었고 친정어머니는 외손자인 우리아이를 기르시고 살림을 맡아 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키우셨는지 낮이나 밤이나 정성으로 돌봐주셨고 회사에 다녀온 딸이 힘들까봐 기저귀, 걸레 하나도 빨게 없을 만큼 부지런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정정하시던 어머니께서는 뇌종양으로 1차 수술을 하게 되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수술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제 마음에는 얼른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수술 후유증으로 입이 비뚤어지고 고왔던 얼굴 모습도 없어져 버리고 기력도 없고, 행동도 부자연스런.. 흔히 주변사람들이 보기에‘자식이 있으면 뭐하냐?’를 연상할 정도로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마음속으로 하나님을 많이 원망도 하였습니다. 저렇게 아파하시는데 얼른 데려가시지 왜!! 무슨 미련이 남아서…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불편하신 엄마를 목욕시켜드리다가 투정을 부리면서“아이고 내 팔자야!”를 들먹이면서 엄마를 원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엄마는“아야! 너 뭘 믿고 그러냐? 나 죽으면 얼마나 울려고…” 그때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울긴 뭘 울어? 절대로 안 울어!”하고 대꾸 했지만 아직도 죄스런 제 모습이 후회스럽습니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못된 딸이라는 죄책감이 듭니다. 지금도 엄마를 생각할 때면 불쌍한 노인네! 지지리 복도 없이 말년을 맞으셨다고 아쉬워하면서 가을이면 노란국화를 그렇게 좋아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거리를 지날 때 국화만 보면 목구멍까지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곤 합니다.

  저는 엄마가 임종하시던 날 참으로 많은 것을 체험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거동을 못하실 때에도 얼마나 교회에 가고 싶어 하셨는지 모릅니다. 병석에 누워계실 때에도 교회를 항상 잊지 않으셨고 성경책을 머리맡에 두고 계셨던 엄마가 돌아가신 그 순간에 얼마나 평온하게 운명하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흔히 돌아가실 때에는“정을 떼려고 무섭게 돌아가신다.”라고들 하지만 정말 저에게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돌아가실 때에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평화로운지…!! 차가운 엄마의 얼굴을 마냥 만져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깨어나 나를 부르실 것만 같았습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정말 하나님이 계실까?’하는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생전에 저와 오빠에게 왜 교회를 다니다가 안다니느냐고 얼굴만 보면 그렇게 말씀하실 때에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다짜고짜 화를 냈던 정말 못된 딸에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외치고 계시는 듯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하나님은 모든 것을 계획하시는 분이셨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돌아오지 못한 자녀들로 인해 당신께서 할 말을 다 못하셨기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후에야 이 모든 일을 계획하시고 시행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인하던 날, 동생이 그렇게 열심이셨던 엄마의 소원이었으니까 교회에 들러서 가자고 하더군요. 신축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던 교회를 보니 그렇게도 딸이 교회 나가기를 원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까지 저의 신앙생활은 방학중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교회를 멀리하고 세상과 더불어 흘러가듯 그렇게 생활하였습니다. 큰 아이를 충남 공주에 있는 학교로 입학시킨 후부터 매 주일마다 빠짐없이 쫓아다니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신앙생활을 접어버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큰 아이를 만나던 어느 날, 큰 아이가“엄마!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태연스럽게“기도하고 있어.. 아빠가 절에서 촛불도 켜고.. ”라고 말하기도 전에“할머니가 날 키우면서 그렇게 기도하고 열심이셨는데 엄마가 그러시면 안되지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창피하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그 후로도 여러 번“교회에 다녀오셨어요? 기도하셨어요?”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다음 주에 가려고...” 또 다음 주에 가려고를 반복했습니다. 아들의 권유를 들을 때마다 저는 혼자서 약아빠진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어휴! 또 교회에 다니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시간도 바쁘고...”등등 그냥 이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동안 돌아가신 엄마, 그리고 오빠와 동생이 교회 같이 나가자고 했을 때도 끄떡하지 않았던 마음이 큰 아이를 통해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큰 아이를 통해 저를 불러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고3인 큰 아이가 “기도해 주세요!” 하는 말에 교회를 찾게 되었는데 수능을 치를 때까지 저의 마음은 고3 학부형이 아닌 듯 평안하고 걱정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지하고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믿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하나하나 사라져버렸습니다.

  요즘은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고 매주 아이를 찾아가면 언제나 아이의 얼굴이 편하게 보였고 밝아보여서 그 주 내내 걱정이 사라진답니다. 그동안 왜 하나님을 외면하면서 다른 곳에서 안식을 찾으려 했는지 한 해가 시작할 때마다 여기저기 기웃거린 삶이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진답니다. 이제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어린 양이 되어 이렇게 저를 표현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기에 하나님께 감사하며 친정어머니와 큰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이 시간을 통해 보잘것없는 저 자신을 반성하고 이기적이고 편안생각만으로 살아온 저에게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자 합니다.

  저의 변화된 삶과 마음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앞으로 열심히 신앙생활 할 것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또 제 마음에 평안을 주시고 복된 삶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