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간증을 할 수 있겠냐는 목사님의 요청에 '순종하자' 하는 마음으로 "네, 준비해 볼게요." 라고 대답해 놓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제게는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며 준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여러 상황을 통해 깨닫게 하시고 알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제가 만난 하나님을 나누고자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였고 그러기에 제게는 주일이 되면 교회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고 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10살 때 처음으로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반주는 23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교회에 가는 것, 교회에서 반주하고 봉사하는 것은 어느새 제게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집회, 수련회를 통하여 뜨거워 진적도 있었고 중요한 순간에 신기한 체험을 한 적도 있었지만 다 그 때 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은 100% 믿고 있었지만 그 분의 존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그저 필요한 것이 있을 때, 힘들 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만 주님을 찾으며 기도했습니다. 가끔은 '하나님, 제가 제 시간 빼서 이렇게 봉사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것 좀 해주세요.' 하며 거래 하듯이 기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제 모습이 얼마나 어리고 철없는지도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저는 성린교회에 오기 전엔 주로 작은 교회를 다녔습니다. 친밀하고 가족같은 분위기의 좋은 점도 있었지만 편한 관계가 되어가며 가벼운 말이나 사소한 행동으로 상처를 받는 일이 잦아졌고 새로운 교회를 찾는다는 핑계로 저는 하나님과 더욱 더 멀어져 갔습니다. 처음으로 몇 년 동안 반주도 하지 않았고 기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찬양이 들리면 '이 노래 좋다.'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찬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성린교회에 오게 되었고 처음으로 해외단기선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다녀온 필리핀 선교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두 번째로 올해 초에 미얀마 선교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미얀마 선교를 준비하는 동안 저는 하나님과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미얀마에 갈 상황도 재정도 확실한 것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고, 처음으로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제가 걱정하던 모든 것들을 해결하시고 저를 미얀마 땅으로 보내셨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시고 준비시키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필리핀 선교를 통해서는 제 상처들을 끄집어내시고 만지시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하나님과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제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하나님께서는 앞으로의 일에 막연하던 제게 정확한 비전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20년이 넘도록 악기를 다루어 오면서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어렵게 어렵게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대학졸업 후 한동안 레슨만 하고 돈은 벌리지 않고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하나님, 저 이 작은방에 박혀서 레슨이나 하게 하시려고 그렇게 힘들게 음악 시키셨어요?" 하며 불평하는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그 후 며칠 후 청년부 수련회를 가기 전날 새벽에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는 제게 너무 선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 선교지 가서 통하지 않는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나를 전하게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음악 시킨거야." 라고 말입니다. 너무 감사하고 마음이 벅차고 기쁨을 느꼈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기에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까지도 알고 계셨다는듯이 다음날 청년부수련회 때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확인하는 법'에 대해 말씀을 전해주셨고 말씀을 통해 제 비전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놀랍고 신기했던 것은 내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는 욕심, 더 많은 가수들과 연예인들과 일하고 싶은 욕심, 음악적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포기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교 다닐 수 있고 그 곳에 필요한 악기를 사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면 충분합니다. 피아노를 엄청 잘치고 싶었고 누구나 다 아는 가수, 연예인과 일 하고 싶고 그것으로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제 음악이 유명해지는 것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저를 모르고 제 음악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음악을 주신 이유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여전히 저는 힘든 일을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좌절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잘 풀리는 친구들을 보며, 세상에서 유명해지고 성공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제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존심이 상해 누구에게도 할 수 없던 말들, 아픔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하나님이 저와 함께 하시고 그럴 때마다 누구도 주지 못하는 위로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모태신앙이지만 저는 이제서야 하나님이 제 옆에 계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일하고 계셨지만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었던 하나님이 이제는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 제자들을 말로 위로하기 보다는 그들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님은 제 마음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부분, 사람들과의 관계 하나하나, 직장속에서의 지위까지도 함께 책임져 주시고 올려 주셨습니다. 제가 하려고 했을 땐 결코 되지 않았던 부분들인데 말입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베드로를 부르실 때 밤새 고기가 잡히지 않았지만 예수님이 그물을 던지라고 했을 때에 고기가 차고 넘치게 잡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기가 잡히기 전과 후의 차이는 그 배에 예수님이 계셨는지 계시지 않았는지의 차이 뿐입니다. 작년까지의 제 삶은 혼자 아등바등 고기를 잡으려 애쓰는 어부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제 삶은 예수님과 함께 그 배에 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부족한 경험들이지만 한 분이라도 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길래 그럴까?’ 하고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제가 만났고 느꼈던 선하고 신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삶속에서 꼭 느껴보시고 만나보시기를 소원합니다. 저의 부족한 간증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