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

강동욱 장로

어려서부터 교회라고는 다녀 본 적이 없는 저에게 하나님의 존재는 늘 안중에도 없었으며 오히려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몹시 어리석게 보였고 못나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보다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니이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 더욱 실감났었습니다. 가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난 역시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곤 했었습니다. 어디에선가 보내 준 조그만 신약 성경을 뒤적거려 보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어떨 땐 하나님이 계신 것 같아 믿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교회에 가면 왜 십자가에 못 박힌 흉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예수를 숭배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를 성인중의 한 사람 정도 밖에 생각지 않았던 나는 사실 그 이유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가정문제로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깊은 고민이 한 가지 있었는데 어느 날 불현듯 그 일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난생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해 보았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면 이 마음속에 있는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로 하나님을 인정할 수 없고 믿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사실 생각하면 완악하고 못된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일이 있고난 후 저는 수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전남 여수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결혼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혼초의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불현듯이 수년 전에 내가 했던 기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불가능하게 느껴졌고 해결할 수 없었던 기도제목이 다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순간 오싹하며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하나님이 정말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하나님이 살아 계실까?’ 그렇다면 저는 믿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믿지 않는다면 큰 벌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아내에게 교회에 한 번 나가보자며 책방에 들려 성경책하고 찬송가를 샀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저의 아내는 친구 좋아하고 술을 좋아해서 신혼이었지만 매일 늦게 들어오기 일쑤인 제가 갑자기 교회에 나가자는 소리에 반색을 하며 좋아했습니다.

저는 어느 날 친구에게 이끌리어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목사님을 통해 신앙상담을 하며 많은 시간동안 복음의 핵심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죄사함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쉽게 그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1:29)” 라는 말씀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지고 가신 세상 죄속에는 바로 나의 모든 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나의 죄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그 흘리신 보혈로 말미암아 주홍같은 내 죄가 눈과 같이 희게 씻어진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행함으로는 아무런 공로 없었지만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지신 십자가의 공로를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는 주님의 은총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십자가에 대한 그 사실이 믿어지는 것은 저로서는 기적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진리란 너무도 쉬운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토록 쉬운 복음의 진리를 깨닫는데 3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죄 속에 빠져있었던 나를 이렇게 인도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구원의 확신이 오자 내 인생은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죄로부터의 자유함, 그것을 깨닫는 순간 저는 몸이 몹시 홀가분하고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길거리를 걸어갈 때면 구원받은 나를 온 세상이 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출근하는 길에 길을 걸어가면서 (그 때는 어떻게 기도할 줄도 잘 몰랐지만)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중얼중얼 외치곤 하였습니다.

항상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더 많이 모으고 출세해야만 사람 행세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것을 위해 살려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 막히고 매였던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로부터 자유함을 느끼게 되었고 제 아내에게도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랑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상적으로 자신을 볼 때는 항상 초라하게만 느껴져서 무언가 불평과 원망이 가득찼던 자신이 이제는 거꾸로 하나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술 담배를 끊게 되고 성경을 보게 되었으며 신앙서적에 관심을 기울이며 틈만 나면 은혜로운 설교말씀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저는 또한 인생관의 큰 변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생각해 보았던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중요한 질문에 항상 저는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저의 삶이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일이 기다려지고 목사님 말씀 하나하나가 가슴속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이 하교한 후 텅 빈 교실에서 서투른 솜씨지만 교실에 있는 피아노를 치면서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찬송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정말 나 같은 죄인 살리신 하나님을 눈물로 찬양하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구원의 기쁨과 감격으로 살아가는 어느 날 어느 날 텔레비전 저녁 9시 뉴스를 보다가 불현듯 옛날 사회초년생시절의 뼈아팠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옛날 조그만 실수로 어떤 사람으로부터 많은 괴롭힘을 받았고 그 사람을 미워할 정도가 아닌 저주하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9시 뉴스에서 어떤 사고가 나서 사망자 명단이 나오면 내 속마음에 옛날에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 이름이나 좀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 미움이나 저주의식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뉴스에서 어디에선가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자 명단이 나오는데 바로 그 순간 그 사람 생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때 같으면 생각하기도 싫은 옛날 그 사건이 떠올라지면서 기분이 몹시 나쁘고 증오심이 끓어올라 오는데 예수 믿고 난 후의 그 날은 전혀 그렇지를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마음속에는 그를 불쌍히 여겨지는 넉넉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자의 마음이었습니다. 예수님 덕분에 일만 달란트의 죄를 탕감 받은 나에게 백 데나리온쯤의 작은 죄의 빚을 진 그 사람은 이미 나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용서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아, 그 사람도 하나님을 모르기 때문에 그 때 그렇게 악한 행동을 했을 거야,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해야하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깐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 옛날 저를 괴롭혔던 그 사람도 하나님을 모르고 구원받지 못해서 그런 악한 행동을 한 것이니 그 영혼을 불쌍히 여겨 하나님 믿고 구원받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서 순간 저 자신이 정말 옛날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자신이 참 대견하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회초년생이었던 저에게 주어졌던 그 사건은 하나님께서 저를 믿게 하려고 주어졌던 시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저는 그 일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하나님을 안 믿었을 것 같습니다. 어둠이었던 내 인생에 하나님과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빛이 들어옴으로 거듭남의 새 역사가 시작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각해 봅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 자신의 인격을 생각해 볼 때 절대로 저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 사람을 용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람을 용서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성령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인격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성령이 내 안에 계셔서 이렇게 선한 열매를 맺게 하시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어느 누가? 아니 세상에 있는 그 무엇이 이렇게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저는 예수 믿는 신앙이야말로 정말 멋지고 참된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그 때 귀중한 발견을 하였습니다. ‘신앙생활이란 내 안에 역사하고 있는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생활하는 것이라고’ 성령의 역사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혹은 율법에 매여 살아간다면 참으로 그것은 생명없는 종교생활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저로서는 대단한 발견이었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핵심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머리털까지 세신바 되신 하나님께서 오늘 이 시간도 지켜 주실 뿐만 아니라 내가 숨을 쉬는 동안은 물론 육신의 장막을 벗은 순간에도 내 영혼을 주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을 믿으니 범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주님 앞에 서는 날 세상일에 허송세월 보내지 않고 주의 일에 쓰임 받았음을 감사하는 저의 인생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할렐루야 주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