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순종이 주는 축복

김은호 집사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증조모님은 전도사님이셨고, 지금도 집안에 목사님이 많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학교는 빠질 수 있어도 교회는 빠지면 안 되는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신앙생활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우선 구원의 확신이 없었습니다. 올바른 신앙생활,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을 배우고 알게 될수록 그 길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부흥회나 예배를 통해 뜨거워지고 눈물로 회개를 한 후에도 교회 밖 세상에서 의롭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심하게는 제 자신이 가증스럽게 느껴지고 싫어지면서 제가 목표하는 의로운 모습으로 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원의 기쁨이 없었고, 기쁨이 없는 신앙생활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두 번째는, 저의 비판이었습니다. 올바른 신앙과 의로움을 고민하면서 기존 교회와 목사님들의 모습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고, 비판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런 교회와 이런 목회자들을 허용하시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니 정말 머리가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내가 왜 사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나' 한심하기도 하고, 아예 기독교를 모르고 살아가는 친구와 동료들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떠났습니다. 감히 내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눈에 보이는 교회활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믿는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고 스스로 주장하면서 말 그대로 혼자 믿었습니다.

교회를 떠나면서 한때 자유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큰 돈을 벌게 되었다고 좋아했던 적도 있었고, 세상 친구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5년 9월 25일 지금의 제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데 제 아내는 독실한 불교 집안의 장녀였기에 솔직히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양가의 강력한 반대를 극복하고 1996년 12월에 결혼을 했고 이곳 가좌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결혼 당시 양쪽 부모님에게 약속을 드렸는데 제 아내는 결혼후에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저는 장인어른께 결혼 후 처가를 전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원래 기독교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는 결혼 후 약속대로 이곳 성린교회에 등록을 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저는 주일예배만 가끔 참석하고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에 하나님이 계시면 된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여전히 교회를 비판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한편, 저는 제가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잘 되질 않았습니다. 위급하니까 저절로 교회에 나와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이 치사하다고도 느껴졌습니다만 기도중에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께 '정말이지 하나님의 은혜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아요!'라고 고백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주일성수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교회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더 큰 교회, 세상적으로 성공한 교회로 가기 위한 것들일 뿐 하나님이 진정 원하시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 일도 안했습니다. 동시에 제 힘으로 사업을 잘 이끌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때 새교회 건축이 끝나 입당을 앞두고 목사님이 특별 새벽기도회를 시작하셨습니다. 갑자기 그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생전 처음으로 새벽기도회를 꾸준히 나갔습니다. 그런데, 새벽기도로 시작하는 하루는 다른 날과 달랐습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봐도 보람 있는 하루가 되지만 그것 말고 영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게 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딱 1년간은 목회자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자. 이것은 제 아내인 창은희집사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내는 무척 단순한 성격인데 10년을 살다보니 저도 영향을 받게 되었고 특히 교회 일에 단순하게 그저 순종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좋게 보였습니다. 이후 이영희집사님이 새 교회로 이사하고 나면 성가대를 꼭 좀 하라고 하시길래 '글쎄요!' 라고 말씀드렸다가 그 다음 주에 전도사님이 다시 말씀하시는 순간 '아차' 싶어서 순종했습니다.

성가대 활동을 하고 새벽기도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 점차 말씀이 새롭게 들렸습니다. 전에는 목사님 설교가 졸렸었는데, 갑자기 다 제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목사님이 저렇게 설교를 잘 하셨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이 강하게 왔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저는 그 순간,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의 모순이나 잘못됨, 우리의 고난이나 어려움 등이 모두 커다란 하나님의 섭리안에 속한다는 사실이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면서 세상의 모순이나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에 대한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 눈에 보이는 현실을 가지고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할 줄만 알았지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만약에 교회나 목회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느껴져도 그것은 하나님이 판단하고 심판하실 일인데 제가 감히 독설로 비판한 것이 얼마나 큰 교만이고 죄인지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연초에 갑자기 아내가 자궁암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사업도 어려웠던 때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신앙생활 좀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왜 시련을 주시는지 원망도 되었습니다. 다행히 조기발견이라 치료도 빨리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의 어려움과 고난을 통해 주님은 저를 더 열심히 기도하게 하셨고, 저는 그때의 새벽기도에서 제가 아주 자연스럽게 저질렀던 죄들, 죄악에 빠져있었던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 스스로 죄인임을 철저히 인정하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때 아내의 고통이 가슴이 아픕니다만 그 고통을 통해 하나님이 저에게 많은 것을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이후에 사업이 좀 풀리면서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는데, 4월에 회사에서 커다란 전산사고가 생겼습니다. 앞의 사업들 때문에 빚도 많이 남아서 이자 갚기 바쁜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울면서, 또 기도하면서 사고를 수습하다가 저는 너무나도 감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새벽기도 설교 중에 '구원은 온전하게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결코 우리의 의로움, 우리의 공로로 인한 것이 아니다'고 말씀을 주셨는데, 기도 중에 갑자기 '감사'가 마음에서 터졌습니다. 분명히 그 전에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예수님의 피가 나의 구원의 열쇠이고, 내가 그것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 실제로 믿어졌습니다. 이전에는 머리로 믿었는데 이때 진정 믿어졌습니다. 그러자 그 사랑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동시에 성령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놀라운 사건이었고, 이것이 저의 신앙고백입니다.

저는 지금도 방언도 할 줄 모르고 성령의 은사에 대한 다른 체험은 없지만 이 '믿음'이 제가 체험한 은사이고 구원의 확신입니다.

예전 그렇게도 어려웠던 신앙생활은 결국 내 힘으로 구원에 이르려는 ‘교만’과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길 즐겼던 저의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교만이 얼마나 무섭고 큰 죄인지 깊게 깨닫게 되었고 제가 얼마나 교만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을러 새벽기도가 무척 힘이 들고 자주 나오지 못하지만 저는 새벽기도 중에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말씀이 너무 좋은데 듣고 나면 자꾸 잊어버려서 2007년 5월부터는 설교 중 받는 감동을 조금씩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축복의 믿음도 생겼습니다.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삶을 사는 것 역시 우리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성령님이 항상 함께 하셔야 가능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마가복음 11장 22절에서 예수님은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고 말씀을 주셨지만, 받은 줄로 진정 믿어지는 것 역시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고백합니다.

2008년이 되면서 하나님은 또 한 번의 순종을 요구하셨습니다. 바로 제자반 공부였습니다. 목사님이 설교중에 제자반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데, 저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성령님은 이 역시 제 교만임을 깨닫게 해주셨고, 그저 순종하자는 단순한 생각에 제자반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자반 수업 속에서 다시 한 번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저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기독교인의 의로움과 모범적인 생활'의 강박증, 그 강한 강박증 때문에 반대로 튀어 나가 교회로부터 떠나고 싶었던 마음 깊은 곳의 커다란 짐을 벗어버리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로마서 8장 1,2절의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인하여 내가 진정 죄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음을 깨닫고 고백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내 안에 이미 성령님이 내주하셔서 항상 함께 하심을 깨닫고 고백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꿈꾸었던 완전한 의로움은 하나님 나라에서나 가능하겠지만, 하루 하루 아주 조금씩 성화되어 가는 제 자신을 고백할 수 있게 된 것도 제자반 공부 덕분입니다.

사업은 아직도 어렵고, 생활은 아직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음이 기쁘고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운 생각, 걱정이 앞설 때마다 저에게 좋은 것을 주시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령님의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선한 결과를 보장받고 있으니 지금의 어려움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의 믿음과 구원, 기쁨과 감사의 시작은 '순종'입니다. 목사님과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별로 순종적인 것으로 생각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구원과 축복의 역사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단 한가지의 노력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순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순종이 커다란 은혜와 축복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서로 서로 증명하고 간증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