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성기백집사

저의 신앙생활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서울 회기동에 있는 산정현교회에 식구들이 다니고 있던 터라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회에 나가 성경을 공부하고 설교도 듣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였습니다. 현재는 목사가 되어 전라북도 익산에서 목회하는 동생 때문에 처음으로 교회에서 밤을 새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고1이던 동생은 눈 한쪽 동자가 2개로 태어나 한쪽이 실명상태였으며 그 일로 인하여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는 죄가 많아서 이런 동생을 낳았다고 하시며 매일 동생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형인 나는 동생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는데 동생은 아무 내색도 없이 학업과 교회생활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교회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대로 학교와 교회를 열심히 잘 다녔지만 저에게 있어서 성경은 어디까지나 배워두면 좋은 학과공부처럼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교회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아지자 어느 날 부모님께서는 걱정이 되어 저녁 10시에 교회에 가보라 하여 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불이 꺼져 있어 캄캄한 교회본당에 들어서자 이상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온몸에 느껴졌습니다. 내 마음 속에 스며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들.... 딱히 그 두려움이 왜 생기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기도하고 있는 동생옆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하려 하였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동생을 위한 기도를 하고 나서 우리는 교회 2층에 있는 작은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겨우 한 사람이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동생은 교회 일을 봉사하며 거기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집에 오지 않고 이런 생활을 하려고 하느냐 물었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예수님을 뵙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더욱 동생과 함께 교회에서 철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나의 신앙생활은 좀처럼 커가지 않았고 부흥회나 설교말씀을 듣는 순간에는 깨달음이 있는 것 같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어느 사이 세상살이에 휩쓸려 살아가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습니다.

인천에서 대학 다니던 중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종 사병은 아니지만 주일을 준비하는 사병이 되었습니다. 어느 때인가 야간 보초시 하염없이 감사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찬송가 ‘내 주되신 주을 참 사랑하고’를 매일 밤 부르고 지내고 있을 무렵 군목님과 성경 공부를 함께 할 것을 권유받아 동료 군인들과 함께 성경공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성경 공부를 통해 잘 이해는 안 갔지만 ‘영접 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요한복음 1장 12절)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주님을 영접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미미하게 시작된 일이였지만 돌이켜 보면 내 신앙생활을 기초부터 다시 쌓게 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며 내 신앙생활과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하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구원의 확신이 없어 늘 고민하다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세상길로 빠지게 된 제가, 10년여의 세상에서의 방황을 접고, 군에 와서 주일마다 2시간 동안 성경공부를 참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모든 죄를 청산하심에 대하여 깨닫고 새롭고 기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저는 예수님께서 내 죄를 깨끗케 하셨다는 사실에 대해 늘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 후 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제철에 입사 후 포항에 있는 작은 개척교회를 다니면서 1977년 4월에 결혼을 했는데, 우리 부부는 열심히 봉사하고 주님을 섬겼으며 제 신앙은 날마다 자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6년 후 여러 가지 문제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는데 무작정 사표를 내고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그 때 저는 직장에 대한 두려움, 장래 문제로 고민이 많았으며 세상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을 보내면서 한편으로 저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죄의 문제와도 싸우게 되었습니다. 성경이 기록한 음란, 탐심, 교만, 무정함, 시기, 분노와 같은 많은 죄들이 시시각각으로 밀려왔고 그 때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붙들고 이겨 나가기도하고 때로는 쓰러져 다시 일어서기도 했습니다. 실은 거의 매번 쓰러지고 실패하여 예수님의 보혈을 다시 붙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님을 붙들기 위해 늘 노력했습니다. 내가 왜 육체에 패하였나를 묵상하면서 말씀을 파고 들기도 하고 새벽기도를 열심히 다니기도 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계속 늘려나가는 등 성령을 좇아 살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제가 생각할 있는 어지간한 것들은 다 해 보았습니다. 5개월만에 LG그룹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1984년 4월에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에 다니는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는 인천에 왔습니다. 그리고 선목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성가대와 성가대장의 사역을 담당하고 집사람은 여신도 회장으로 인천 교구 총무까지 하며 열심히 교회와 주님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안수집사가 되는 날 저는 가족 모두의 기도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교회안에서의 참된 교제를 맛보았으며 능력있는 기도에 대해서도 깨달으며 열심히 사는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나 갈망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이미 하나님이 자녀인 줄로 생각하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회사의 진급, 아이들의 학교 문제 등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 마음 깊은 곳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구원은 늘 흔들리는 구원이었습니다. 믿다가도 내가 떨어져 나가면 끝나버릴 것 같았습니다. 내가 죄를 짓고 회개치 않다가 죽게 된다면 도저히 보장할 수 없는 그런 구원이라고 생각되어 마음속 깊은 곳에 늘 불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저는 예전에 이미 구원받은 것이라 생각을 하고 마음 편히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만에 빠진 우리에게 시련을 주었습니다. 건강하던 아내가 유방암 수술, 갑상선암 수술을 받게 되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동안 연세세브란스병원 입원 중에 아내는 눈물로 생활했으며 하나님과 교회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하고, 실의에 빠져 지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퇴원 후 아내는 교회에서 맡았던 모든 일들을 중단하고 단지 유아부 교사로만 일을 하였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예전처럼 회복하기 시작하였고 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지만 뜻하지 않게 교회와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아내는 교회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 달간 우리에게 방황과 교만, 무정함, 시기, 분노가 진동하였으며 교회를 옮기기로 결심하고 가좌동 주변 교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성린교회를 찾아와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은혜를 받았으며 권사님들의 방문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성린교회에서 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제자반 교육를 통해 내 구원에 대하여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반 공부를 신청하게 되었으며 그 동안 공부를 통해 궁금했던 것,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믿어지며 정리되었습니다. 특별히 교육을 통해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이제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는” 말씀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저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동안 제 본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3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저에게 ‘아직도 네 인생의 주인은 너 자신이며 그렇기 때문에 네가 매일같이 넘어지고 실패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동안 나는 “구원 받았어” 라고 착각하면서 지었던 수많은 죄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내 모든 죄가 사해진 것을 믿고, 날마다 짓는 죄들을 그 보혈을 의지해서 씻고는 있었지만, 본질적인 존재 자체는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무력하고 악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거듭난 적이 없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다시 태어난 사실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토록 본질적인 죄인임을 깨닫고 수긍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판단과 결정, 의견과 염려, 의심 즉 내 자신의 자아를 버리고 말씀을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부인하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삶이라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을 바라볼 때 저는 참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그런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저는 당당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자녀임이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제 아버지이십니다. 그것은 흔들릴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믿고 싶은 것이 아니라, 믿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저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이제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는 말씀이 확실히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저는 거듭남과 새 생명에 관한 것 그리고 제가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모든 말씀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또한 위로부터 난 자라는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 자라는 말은 성령의 은사를 받은 자가 아니라 아들의 생명을 내 안에서 확증하시는 성령님으로 말미암아 생명 얻은 자라는 뜻이었습니다. 이제 제 안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저는 죽고 예수님의 생명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는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는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모든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피 흘려 죽으시고 다시 사셨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볼 때 혼자의 방법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노력을 되풀이 하던 때는 지나간 세월로 족하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이제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섰고 이 새로운 길에서 이미 이전에 맛보지 못한 새로운 기쁨과 평화를 맛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으신 하나님은 내가 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그 하나님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좋으신 하나님 이십니다. 그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제게는 큰 기쁨이 됩니다.

우리들의 일평생 동안 함께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격하며 지극히 작은 자이지만 섬김으로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다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