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님을 닮아갈 때

김병태집사

기억도 나지 않은 어린 시절, 늦은 밤 교회에서 잠이 든 나는 형의 등에 업혀 쪽문으로 나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아마 다섯 살 쯤으로 형을 따라 교회를 다녔는데 그때가 교회를 다니게 된 첫걸음인 듯 싶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누구나가 그러하듯 성탄절에 교회에서 떡과 선물을 받으러 교회에 나갔으며 간간이 겨울날 교회의 찬 마루 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 번으로 그쳤는데 집안에서 교회 다니는 것을 탐탁히 여기지 않으셨고 또한 나에게도 교회 다니는 것에 어떠한 감동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저는 어떻게 하면 집안에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과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새벽에 신문배달을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어떤 생각도 할 틈 없이 열심히 신문을 배달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3학년 때 고민에 빠졌습니다. 집안 형편은 계속 어려웠고 성적도 그저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이 무렵 큰형이 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였는데 나에게 교회를 다니라며 권하였습니다. 또 친한 친구가 자기 누나가 다니는 교회에 친구들과 놀러가자며 권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교회를 다녔는데 친구들과 다닌 그 교회가 나에게 신앙심을 심어줄 거라는 기대 없이 그냥 놀러 다닌다는 맘으로 편하게 다녔습니다. 하지만 점차 나의 형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도를 하고 성경읽기를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마음에 평안을 얻으며 주님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신앙심으로 주를 사모하는 마음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교회를 나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피난처로 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 성경공부 반에 들어가 제자교육(지금의 제자교육과 다른 과정)도 받고 1년 동안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신앙인으로서 그 교회에 다니는 것이 나에게 득이 됨보다는 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교회 다니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나처럼 빈민가가 대부분이다 보니 어울려 다니며 좋지 않은 행동과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고 나도 그 무리에 휩쓸려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약한 믿음이었기에 일단은 신앙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가자 하여 서울에서 형이 가끔 대전 집에 내려오면 나가곤 하던 교회로 옮겨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주일만 다니는 신앙, 혼자 다니는 교회, 아무도 아는 이 없이 주일만 잠깐 예배시간에 얼굴만 비치는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고교 졸업 후, 80년대 중후반 무렵에 한 달에 한 두번 쉬는 공장에 다녔는데 이때는 주일에 교회 가기보다는 피곤한 육신을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심적으로도 스무살 청년이 공장 다니며 교회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청년부는 대부분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거나 직장인이었고 공장에 다니는 청년은 없었으므로 그들과 융화되어 교회안에서 신앙생활을 같이 한다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떤 믿음의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주께서 나의 삶을 주관하시며 나를 더 나은 길로 이끄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나의 뜻이 아닌 주의 뜻대로 살자고 다짐하며 나를 위로하고 주께 의존하자고 다짐하기를 여러 번 하였지만, 나의 삶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습니다. 계속 내가 원하던 일이 좌절되고 또 좌절되며, 힘든 길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원양어선을 타기로 결심하고 머나먼 아프리카 대서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고된 노역으로 팍팍한 삶이 계속되었지만 틈틈이 성경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그곳에서도 예수님을 믿는 이는 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낮은 자에게 임하시는 예수님이지만 공장이나 선원들같이 정말 힘들고 외로운 이들은, 특히 그곳의 젊은 청년이 예수님을 영접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연약한 믿음에 전도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였고 나 홀로 성경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삼았습니다. 그러던 중 허리를 다쳐 뜻하지 않게 배에서 하선을 하게 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서울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주일은 지킬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주일만 교회에 가는 그런 믿음으로 살며 과연 내가 구원을 받은 것이 확실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나는 구원 받았다... 아니다... 받았다... 아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변함이 없는, 늘 주일성수에만 그치는 믿음 생활을 하다가 주님께서 성린교회로 옮길 수 밖에 없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성린교회에 다니며 여러 좋은 믿음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자교육을 받아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일어 제자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학생 때 이후 전혀 안하던 성경공부로 심적 부담감을 느꼈으나 심령의 도전이 되었습니다. 5월달에 두 번의 사고로 인하여 다리와 허리에 심한 통증이 와서 앉아 있기 어려운 상황으로 제자교육 두 시간이 너무도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3개월 동안 병원에 다니며 육신이 고생스러웠지만 제자교육시간에 거듭남에 대하여 배울 때 저는 심령의 기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죄와 그들의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이것들을 사하셨은즉 다시 죄를 위하여 제사드릴 것이 없느니라]는 히브리서 10장 16-17절 말씀으로 말미암아 나는 구원을 받았다, 아니다로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정리하고 이제는 구원의 확신을 얻었음을 감사드립니다. 또한 힘들고 고된 삶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나에게 구원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저를 잡아주고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나의 삶이 날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인간인지라 내가 실족한다 할지라도 구원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율법을 지키는 이가 천국을 가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천국 백성이 지켜야 할 법이 율법이라는 가르침에 심령의 떨림을 느꼈습니다. 로마서 4장 25절 [예수는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음]을 확고히 믿게 되었습니다.

나의 삶은 갈라디아서 2장 20절의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이 말씀이 나의 고백이 되고 나의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