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재규집사

저는 모태 신앙입니다. 1969년도에 충청도 부여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무척 가난한 환경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참 감사하게도 모태에서부터 어머님이 읽어 주시는 성경 말씀과 기도를 듣고 자랐고,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해가면서도 늘 말씀 읽고 자식들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님 모습을 바라보며 자랐습니다. 어머니도 세상을 볼 때 다른 의지할 것이 없으셔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이 제 신앙에 영향을 알게 모르게 준 것은 맞다고 봅니다.

장성한 후 훗날 어머니로부터 “너는 사춘기도 없이 큰 것 같구나…” 라는 말씀을 할 정도로 장남인 저를 신뢰해 주셨고, 어찌 보면 그냥 착실하게 평범하게 살아 왔습니다. 물론 제 자신이 생각해 볼 때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다고는 못하며 제 나름의 사춘기 시절에 대인 기피나 또 공부시간 뺏긴다는 명분으로 주일 예배를 못 드리거나 안 드린 기억도 있습니다. 교회를 안 갈 때 눈물로 전화하고, 편지를 써서 보내 주시던 교회 선생님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 때 그 때마다 하나님은 아직도 기억나는 생생한 꿈으로도 말씀해 주셨고, 어릴 적 돌에 맞아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청소년 시절에 새벽 연탄가스 중독으로 가족이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려주셨고, 졸업반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찾아온 병중에서도 회복시켜 주셨고, 입사 후 울산공장에 발령을 받아 지방사람으로 평생 살수도 있었는데 입사 5년 후 본사로 올라 올 수 있게 해주시는 등 매번 갈 길을 인도해오셨고, (또 최근일이지만 출근길 택시 타고 가다 마주오던 차에 받쳐 크게 부상 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보호해주시는 등) 그냥 이런 일들에 감사하고 감사하여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구원을 받은 것이 맞는 것인가? 예수님은 정말 누구신가? 십자가는 무엇인가? 나는 왜 믿는다 하면서 의심하고, 세상적인 일들에 염려와 두려움이 끊이질 않는가? 염려로 가득한 내가 과연 믿음이 있는 건가? 나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들은 왜 그대로 남아 있는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특별히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도 사명이 있을까?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 어쩌면 누구나 생각해 볼만한 삶의 근본적이면서도 비슷비슷한 질문들을 걸을 때나, 잠시 바쁜 일상에서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나, 잠들 때에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또 근심하고 염려하는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학교 다닐 때 JOY라는 선교 서클의 가입 권유도 있었지만 그냥 저는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가난하고 힘든 환경에서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 생각하여 학교-도서관-집-학교-집..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하게 살았었고, 신구약 성경을 시간 되는대로 꾸준히 읽고 기도도 했지만 말씀을 이해하고 읽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축복을 구하는 구복적인 신앙 그리고 믿음은 좋은 것이니까 믿어야 한다는 그런 식의 신앙 태도였습니다.

과분하게도 전혀 생각도 못했던 목회자 가정에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되고, 지방에서 올라온 후 성린교회를 다시면서 성가대, 중고등 교사, 청년부 봉사도 했지만 기쁨 충만보다는 왠지 부담이 된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습니다. 요한복음 8장 32절 말씀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 하셨는데 자유 하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고 그랬습니다. 해야 되니까, 안하는 것보다는 좋으니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말씀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도 청년부 하계 수련회로 양평 한국제자훈련원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년 전부터 아이들 엄마도, 장인 장모님도 거기는 꼭 다녀오면 좋다라는 권면은 계속 들어왔었는데, 바쁜 직장생활에 여름휴가만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에 선뜻 결정하지는 못하고 계속 미루어 왔었습니다. 또한 가는 것도 제 자신이 마음이 있어야지 누가 가라고 해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권면하는 분들도 그런 생각에서였는지, 제가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는지 강하게 참석하라는 얘기는 안하시고 가면 좋겠다는 수준으로만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2012년 그 해는 청년부를 섬기는 지체 중 한 사람으로서 왠지 의무감도 들고 인솔자도 있어야 될 것 같고, 마침 제자훈련원이라는 곳에 가서 시간을 갖는다니 마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가니까 핸드폰도 모두 걷고, 주변사람과도 얘기하지 말고 오로지 주님만 생각하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핸드폰을 걷으니 불안해지고, 잠자리며 시설은 불편했지만 밥도 집보다 맛있게 나오고 조용한 성격이라 그런지 왠지 편했습니다. 사역자중에 우리 교회에서 섬기셨던 서한알목사님도 반갑게 인사해주시고 예전에 계셨다던 홍수나전도사님도 뵈니 왠지 포근하였습니다.

사역하시는 목회자, 전도사님들의 말씀 내용은 지금까지 듣던 주일 교회에서의 그런 설교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연약한 인간의 모습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전파 하셨습니다. 더구나 너무나 놀란 것은 송신호목사님을 뵙고 그분의 말씀을 들을 때였습니다. 휠체어 타고 들어오셔서 사역자 분들의 도움으로 강단에 간신히 올려져 휠체어에 타신 채 마이크를 설치하고 말씀하시는 송신호 목사님. 당신 말씀으로는 원인 모를 근육위축증으로 육체의 고통을 갖고 계신 그 분은 고통과 염려의 얼굴이 아닌 확신과 미소의 얼굴이셨습니다. 서한알목사님은 말씀이 어눌하신 송신호목사님의 말씀을 토씨하나 안 빠뜨리고 완벽하게 통역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왜 그 분들은 얼굴 가득 확신과 웃음과 그 고통 속에도 여유가 있는가. 예수님이 누구신가를 설명하기 위해 창세기부터 설명을 해주실 때 마치 성경의 비밀을 깨닫는 것 같았습니다. 아! 이런 성경 말씀을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히 리얼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잘 왔구나.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신호목사님 말씀 중에 “염려하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다.” 라는 말씀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나는 헛 믿음이었나'. 2박 3일간의 집중적인 시간 이후의 일상으로의 삶으로 복귀하면서 다시금 일에 쫓기고 직장이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기본적인 말씀 들은 맴돌고 하는데 또 염려하고 걱정하는 패턴이 반복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지?

그러다가 2013년도 교회에서 성경 공부반 모집 안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전에는 저하고 크게 상관없는 광고라고 생각되어 무심히 스쳐갔는데, 왠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공부 기간이 1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라, 주일 아침에 주중에 쌓인 피곤을 풀 수 있게 늦잠을 조금 더 누릴 수 있는데.. 하는 망설임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과감히 신청을 하였습니다.

직장이라면 그러지 않을텐데 마음에 긴장감이 덜해서 그런지, 늦잠을 자서 지각도 자주 하고 두어 번 출석 못한 상황도 있어 하나님께 죄송하고 제자반에도 송구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매주 QT 말씀과 성경 암송 문구, 은혜로운 말씀 공부, 부족한 시간이지만 제자반 형제자매님들의 나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경 말씀을 보다 생각해보고, 여전히 의문도 드는 말씀도 있고, 부족하지만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제자반 공부를 하면서 제일 은혜받고 또 많이 묵상해보게 된 성경 구절은 양평제자훈련원에서와 같은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 이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예전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면 예수님의 그 고통스러움과 나를 위해 고통을 끝까지 참으시고 돌아가셨구나. 감사하다는 생각에 눈물도 가끔 나는 그런 위주였는데 공부와 묵상을 하면서 이 성경 말씀의 깊은 뜻을 나름대로 깨닫고 와 닿았습니다. '그것은 예수님만 십자가에 죽으신 것이 아니라 나도 그리스도와 같이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의 추억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제게 알게 모르게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예전에 누가 그런 얘기를 하면 일부러 안 들으려고 했고 쓰기 싫어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말씀에 내가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세상에서의 욕심, 염려, 바라는 것들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죽었으니까요. 이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실 때 그 때 나는 죄에서 구원을 확실하게 받았다. 그리고 나도 예수님과 함께 죽었다. 내가 죽었음을 선언하고 예수님이 일하시게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내 자아가 살아 있어서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서 우리는 육신을 입고 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아가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때 제 자신이 노력하여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저는 이미 죽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도와 주세요라고 고백하고 의지 하여야겠습니다.

세상은 태초에 하나님이 보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름답게 만드셨지만, 이 땅에서는 기쁨보다는 슬픔과 힘든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믿지 않은 세상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깁니다. 미련하게 여깁니다. 보이지 않은 하나님이 믿어진다는 것인가? 종교는 인간이 죽음이 두려워서 만든 것 아닌가라는 얘기들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인간들은 계속 태어날 것이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얘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 주 예수님이 오실 것을 믿습니다. 고린도전서 2:14절 말씀입니다. “육에 속한 자는 하나님의 일들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또 그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나니 그러한 일은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

오직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하나님을 전하는데 쓰임 받는 도구가 되어야 할 것 입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으신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은 보이는 하나님이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은 곧 예수님이시고 하나님이십니다라고 하지 않았나요.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말씀을 언제든지 만져도 보고 볼 수 있는 성경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저는 하나님은 보이시는 하나님이시다 라고 고백합니다.

앞으로의 바람이랄까요. 제자반 배움을 통해 저는 이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제가 구원의 믿음을 넘어,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갖게 하시고, 또 그것을 넘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믿음을 갖게 하소서. 육체를 입은 존재이다 보니 염려가 올 때마다, 염려보다 무한히 큰 믿음을 주시옵소서. 하나님! 때에 맞는 말을 주옵시고, 가르치고 도와주고 선도하는 학자의 혀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을 만남으로 변화를 받아 주님 주시는 능력 안에서 증인의 소명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훗날 주신 인생을 마칠 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고백하는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