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게 된 하나님의 축복

유재철권찰

저는 1남 3녀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60년대에 웬만한 가정에서는 갈 수 없었던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신앙촌에서 운영하는 인천전도관 부설 유치원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 때 처음 종교를 접했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뒤에도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후 아버지께서 사업이 여의치 않아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하여 부산으로 이사를 간 이후로는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종교라는 그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고, 학창시절에도 주변에 친구들도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 입학을 앞두고 3학년 짝꿍이었던 친구가 신학대학을 가겠다는 의사표시에 저는 그 친구에게 왜 우수한 인재가 하필이면 신학대학을 가느냐고 핀잔을 줄 정도로 교회에 막연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주로 법학, 경영학, 행정학 등 사회에 진출하여 지위와 부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을 입학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가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운동을 하여 태권도 유단자에, 건강한 체격 때문에 101보충대에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육군 제3하사관 학교로 치출되어 하사관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고된 훈련과 구타로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어 누구라도 건드리면 물불 가리지 않고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갖고서 훈련 1주가 끝나던 토요일 오후에 일요일에는 종교가 있는 하사관 후보생은 종교별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교관의 지시로 폭발 일보 직전인 마음을 어떻게든 다스려 군대생활을 잘 마쳐야지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가장 익숙한 종교인 부대내에 있는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힘든 훈련으로 지친 몸이었지만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앉아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느끼곤 하여 저는 24주 교육기간동안 계속 교회를 가게 되었고 군목으로부터 세례도 받게 되었습니다. 성경책도 보지 않고, 다른 어떤 활동도 없었지만, 그냥 교회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 갈등과 육체적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고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그렇게 훈련기간을 끝내고, 하사관 학교를 졸업 하고, 전방사단에 배치 받아 근무하게 되면서 교회를 못가게 되었습니다. 전방에는 교회를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삼청교육대가 생겨 내무반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전방보다는 약간 후방으로 나오니 부대내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내심 또 다시 교회를 다녀볼까 하던 차에 부대내 군종사병이 일요일 작업지시를 어기고 일부 병력을 교회로 데리고 간 일이 발생되었습니다. 모든 장병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일요일이라 하지만 일부 교회를 다니는 병력이 전체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고, 다른 병사들이 불평하는 것을 본 저는 지휘자로서 군종사병을 오라고 하여 제 생각을 이야기 하였으나, 군종병 사병은 일요일은 무조건 종교활동을 해야 한다고 저와 부딪혔으며 그러는 가운데서도 저는 또 타일렀습니다. 일요일이라도 전체적인 지시에 의하여 움직일 때는 사적인 활동은 일시 중지하고 모든 병사들이 공적인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군종사병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저는 계급으로, 강제적으로 지시를 듣도록 관철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교회를 안다니게 되었고, 만기전역을 한 후에도 교회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전역 후 공무원으로 임용을 받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현재의 아내를 만나 사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총각 때 이 곳 가좌동에 아파트를 사두었던 인연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었고, 한참 때인지라 무엇이던지 열심히 하였습니다.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결혼 후 다음 해에 아내가 임신을 하였으나 실패하고, 얼마 안가서 또 임신을 했으나 실패하여 건강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2~3년동안 건강을 위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체력을 보강한 후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한 결과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달을 채우면 아이가 태어나겠지 하는 생각은 우리들만의 착각이었는지, 7개월째 정기검진시 미세하게 양수가 세고 있어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1개월이 지나자 담당의사가 괜찮다고 하여 퇴원을 하였고, 그 후로는 별 이상없이 10개월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을 채우던 날 갑자기 오후 5시경에 양수가 터져 급히 정기진단을 받아왔던 기독병원으로 이송을 하여 제왕절개수술을 받아야 하는 때 의사들의 구성이 안되었다고 해서 결국은 수술을 못받고, 다음날 아침까지 산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뒤틀며 산통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밤샘하다보니 부모님에 대한 노고가 절실히 체험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산통과 인생의 고통을 겪어가며 태어나고, 지금까지 자라서 결혼하고 살고 있구나. 부모님께 감사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아침이 밝아 아내는 수술실에 들어가고 저는 초조한 마음으로 밖에서 기다리는데, 갓 태어난 아이를 간호사가 보여주고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 아내가 나오지 않자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가량이 흘렀을까, 담당의사가 수술실에 저를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아내의 복부에서 자궁이 나와 있었고, 칼질한 부위를 꿰매서 인두로 지져놓았지만 옆으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반복하면서, 지혈이 안된다고 하며 계속 이러면 사망에 이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저에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중환자실에 3일을 지켜보고 지혈이 안되면 다시 한 번 수술을 해보던지 하면서 지혈이 안되면 가망이 없다는 말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고, 아기를 낳다가 죽는 일이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틀 후 지혈이 되어 살 수 있었고, 며칠 후 귀가하여 몸조리를 하여 건강도 회복되고 직장생활도 다시 하게 되면서 아내는 처녀때 했던 신앙생활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교회를 안다니지만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가끔은 주일날에 등산 등 스케줄이 있을 때는 아내도 교회가는 것을 접고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5년이 흘러가던 어느 날 아내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 당시 암이라면 고생하다가 결국은 죽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어서인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의를 만나 수술이 잘되었고 지금은 1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정기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매년 받아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이 긴 것 같지만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어오다 보니 벌써 지천명의 나이 중반에 와 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랐고, 아내가 같이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하자는 권유도 많았지만 전 언젠가 때가 되면 가겠다는 말만 되풀이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아내의 끊임없는 기도 덕분인지 하나님께서 저를 교회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시작되자 같은 구역에 있는 양근영권사님과 주변 집사님들이 제자반 공부를 해야 믿음의 깊이를 가질 수 있다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반을 지도하는 강동욱장로님이 성경을 전반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체험담과 세심한 설명으로 인해 저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구원이니, 성령이니, 거듭 태어난다 등의 말들이 아직은 믿음이 깊지 않아서인지 마음에 절실히 와 닿지는 않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제가 견딜만한 시련을 주셨다는 것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인생의 구렁텅이로 빠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커다란 시련을 주지는 않았지만 작은 시련을 거울삼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생각하며 신앙심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