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를 마치고

강현우청년

저는 2013년 2월에 필리핀 산톨 아가페교회에서 한국 성린교회로 파송되어 이 땅의 예배의 회복과 복음전파의 사명과 비젼을 가지고 돌아온 2013 청년단기선교팀 flowing입니다.

사실 저희 팀원들 모두가 그랬겠지만, 준비기간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냥 다른 핑계대고 가지말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뚜렷한 목적없이 출발했다는 것이없습니다. 그냥 가서 불쌍한 아이들 보고 선물주고 가엾어해주고 뭔가 느끼는 것이 있겠지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하나님이 나에게 얼마나 큰 계획을 가지고 계셨는지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필리핀땅에 도착해서 우리가 보았던 것은 길거리에 찢어진 옷을 입고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들, 그러나 한쪽에서는 호화롭게 누리는 그런 빈부의 격차가 아주 심한 모습이었습니다. 첫날 필리핀의 여러 유적지를 돌며 500여 년 동안 침략되었던 필리핀의 아픈 역사와 잘못된 카톨릭의 역사, 수많은 이단들이 정착하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금석인 선교사님의 주사역지인 산톨 지역에서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곳에 있는 산톨 아가페교회는 열평 남짓한 크기에 기둥과 지붕만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들을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고, 항상 즐겁게 웃고 있었습니다. 점심에는 그곳 현지인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였는데, 계곡 옆에 오두막처럼 쓰러져 가는 두평 남짓한 집에 계곡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6~7명이 한 가족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에게 밥을 차려 주었는데, 차마 입에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맛이 없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괜히 한국에서 잘 먹고 더 욕심부리며 불평불만했던 제 모습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너무나 불쌍했고, 동정의 생각들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곳 초등학교에서 풍선아트를 만들어주고 페이스페인팅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제 마음속이 불편했습니다. 나는 복음을 전하러 왔는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선교를 하러 왔는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봉사하러 온 것 아닌데.... 애들이랑 놀아주려고 온 건 아닌데, 빨리 애들 불러 놓고 복음을 전해야하는데.... 지금 왜 이런 걸 하고 있는 거지? 혼란이 오고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저를 너무 괴롭게 했습니다. 이곳을 떠나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가 생각하는 신앙의 모습이 있었고, 사역의 모습이 있었고, 선교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과 생각과 색안경이 너무나 강해서 그 테두리가 너무 강해서 제가 생각해 왔던 것들과 눈앞에 펼쳐지는 전혀 다른 영적인 세상이 부딪히자 너무 힘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제 초점은 겉모습에 보이는 필리핀 그 불쌍한 아이들을 향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내가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온통 내가 해야 할 것만 찾고 있었고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와 보여지는 모습만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일하기 시작하셨는데 필리핀 땅에서 그동안 나의 방식대로 신앙을 가지고 나의 생각대로 믿었던 그러한 저의 눈을 멀게 하셨습니다.

그날 밤 자기 전에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 울분으로 따지듯이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이곳에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하나님 이곳에 하나님이 계시긴 한가요? 왜 저들은 저렇게 불쌍하게 사나요? 도대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나요? 저 무너져가는 판자집이 어떻게 교회인가요? 금석인선교사님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온 건가요? 저들이 하나님을 알기는 할까요? 하나님 저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곳은 제가 알던 것과 너무나 달라요. 너무나 혼란스러워요. 하나님 알려주세요. 제가 왜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건가요? 하나님 보여주세요.’

다음날 아침부터 하나님께서는 저의 눈꺼풀을 하나하나 벗겨주시고 눈먼 날 볼 수 있게 하나 하나 행하셨습니다. 나의 생각과 나의 행함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께서 일하시기를 간구하자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모든 일정과 사역들 가운데 내가 필요한 곳에서는 나를 쓰시고 다른 사람이 필요한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사용하시며, 내가 없어도 하나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팀이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며 동역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셨습니다. 그동안 필리핀 아이들을 바라보며 걱정과 안타까움과 동정하는 마음이 가득 찾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놀라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 내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찬양하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들은 하나님의 축복에 감사하며 정말 기뻐서 뛰놀며 경배와 찬양을 하나님께 드리는데, 그 은혜가 너무나 충만해서 우리도 모르게 그들과 함께 동참하여 기뻐 뛰놀며 하나님께 찬양드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시설이나 주위의 환경이나 그 어떤 것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데 방해가 될 수 없었습니다. 다윗왕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기뻐 뛰는 것은 사람들 앞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찬양하는 것이라’ 는 고백처럼, 우리는 모두가 서로 눈치보거나 체면을 따지거나 보이는 것에 연연하는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든 필리핀인이든, 인종을 넘어서 언어의 벽을 넘어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기뻐 찬양하고 예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은혜는 너무나 커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모든 것이 회복이 되었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교감할 수 있었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참 예배구나, 이곳이 교회구나,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두 세 사람이 모여 함께 하나님께 찬양하고 예배하는 지금 이곳이 바로 진짜 교회구나. 그렇게 예배가 회복과 교회의 의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부채춤과 태권무, 무언극을 통해 전도집회를 하고 현지 사람들을 만나며 사영리를 전할 때 하나님께서 동행하심을 느낄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일하심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우리에게 보여지는 결과는 거의 없지만 우리는 씨앗을 뿌리고 가고 현지 사역자들과 선교사님을 통하여서 하나님께서 계속 일하실 것을 기대할 수 있었고, 그 확신때문에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그 곳 청소년 청년들과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친교와 교제가 이루어졌고, 세족식을 하며 그 곳 사람들의 발을 닦아주는데, 너무나 발이 더러워서 한번만 닦아도 물이 바로 흙탕물이 되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속에 이런 고백이 있었습니다. ‘하나님 저는 매일매일 샤워하고 씻어서 겉모습은 깨끗하지만 제 속은 이 아이들의 발보다 훨씬 더러운 죄인입니다. 이 아이들이 저보다 휠씬 깨끗합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들처럼 정결하고 깨끗한 자를 사용하시지요. 저도 정결하고 거룩한 주님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필리핀 선교기간동안 하나님께서는 저의 많은 부분이 깨지게 무너지게 하시고 다시 새롭게 세워주셨습니다. 참된 교회와 참된 예배를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멋진 교회 건물을 세우자라는 헛된 꿈이 나의 삶의 곳곳에서 참된 교회와 예배를 세워나가자라는 비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 선교하러 갔다가 오히려 그곳에서 한국 땅을 위해 파송되어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보좌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던 이유, 내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금석인선교사님이 안전한 삶을 포기하고 필리핀에 와서 선교하시는지, 왜 박현옥선교사님, 이정희선교사님이 인도에서 선교하시는지 지금도 완전히 다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 아버지의 나라와 그 뜻을 이루며 살아가겠다고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성린청년들이 앞으로도 많은 곳에 선교하기 위해 갈 것입니다. 예배가 없는 땅에 하나님께 예배드리게 하기 위해서 갈 것입니다. 또한 교회가 없는 곳에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갑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어렵고 문제들도 많습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을 확신합니다. 여러분, 기도와 후원과 참여로 선교에 동참하여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충성되고 지혜로운 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