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은혜

이원희권찰

어릴 때 동네에 있는 교회는 친구들의 모임장소이며 부분적이나마 이성과의 교제의 장소였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믿음이 무엇인지 또는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없이 그저 집안의 잔소리를 피해 피신하는 도피처 역할을 해준 곳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막연했지만 조금씩 교회가 편안함을 주고 나에게 무엇인가 득이 되면 됐지 나쁘게 하는 곳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많은 방황의 시기였기에 그 상황에서 더욱 벗어나고자 더욱 교회를 찾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구원이 무엇인지 영생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예수님 사랑, 예수님 사랑”을 따라 부르는 주일학교 방식의 반복된 학습에서 큰 은혜를 체험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는 점차 교회와 주님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교회를 다닌다거나 성경을 가까이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외가의 친척분들께서는 늘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교회에 나가야 한다고 하셨고 언제부턴가는 그런 말씀도 부담이 되어 점점 외가 친척집을 찾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자 저도 남들과 같은 이성교제의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게 되면서 세상일이 내 뜻대로 잘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 회사 선배님의 권유로 도화동 소재의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어린 사춘기 시절의 동네 친구들과는 사뭇 다르게 청년이라는 신분으로 교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가 개척교회라서인지 젊은 제가 교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많았으며 저는 인정도 받고 성취감이 있어서인지 더욱 열심을 내어 봉사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님에 대한 믿음의 확신이 없었고 행위로 인정받는 교회 활동은 거기에서도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사를 핑계로 도화동 교회에 다니지 않게 되었고 저는 방향 잃은 배와 같이 저만의 시간으로 수년을 지내게 됐습니다. 후에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의 가정을 갖고서도 ‘교회는 나에게 아직이야’ 라고 여기며 30대 후반까지 효성동에서 살았습니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 또한 해결보다는 나 편한대로 생각해 버리고 아내의 요구를 듣기 보다는 내 주장만을 앞세우는 나쁜 남자의 대표였습니다.

2010년, 엉켜있는 집안 문제와 애들 교육을 위해 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동네를 찾기 위해 인천의 여러 곳을 찾아 다녔지만 뚜렷하게 이 곳이다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우리가 찾던 집을 얻게 되었고 그간 풀리지 않던 일들이 쉽게 풀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니는 직장과도 가깝고 애들 학교 또한 나무랄 곳이 없는 가좌동에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넓은 집으로 오게 됐고 수 십분이 걸리던 출퇴근 시간도 10분 이내의 거리로 단축 됐으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회사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님의 집과도 가까워 졌습니다. 집이 정리되고 보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가정이 안정되었습니다. 집 문제도 정리되고 애들 학교 적응도 수월하게 됐으며 저의 생활 또한 문제될 만한 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때 회사 선배님은 저에게 교회에 나와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고 저도 신앙생활의 공백이 너무 길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렵지 않게 성린교회에 나오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안의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교회 생활을 시작하고 예전에 불렀던 찬송을 다시 부르고 예전에 들었던 설교의 말씀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1년, 2년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주일을 나가지 않아도 죄스럽다거나 하는 의식이 없고 예전과 같이 술을 진탕 먹고 다니는 행동을 하여도 전혀 하나님에 대한 의식 없이 행동하는 제 자신을 보니 이렇게 신앙생활 하려고 교회에 나온 건가하는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왜? 저는 다시 시작한 신앙생활이 교회를 다닐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날은 주일이 부담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주님! 주님!” 하지만 과연 진짜로 내가 부르고 싶어서 주님을 불러 본적은 있었는가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목적없이 단지 주일에 교회에 다니는 것이 신앙생활이라고 여겼던 저에게 이런 상황은 많은 고민을 하게 하였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말씀도 묵상하지 않고, 내 위주로 생각하고, 남들에게 하는 척 보이려는 내 모습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집에서는 나 혼자 교회 다닌다는 이유로 기도하지 않고 말씀 또한 주일에 목사님께서 읽어 주시는 성경구절 몇 구절이 전부인 저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도를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말씀속에서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던 중에 교회에서 진행하는 제자반을 찾게 되었습니다.

언제였을지 모르지만 제자반 등록하기 전이였습니다. 주일 예배 중에 찬송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412장의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찬송을 하는데 후렴구인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부분에서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고 눈이 젖고 목이 메여 오는 상황에 마지막 절까지 찬송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명확한 답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이 자리에 있게 하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유년 시절을 지내오며 소소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지내온 일들이 내 의지로 된 것이 아니구나 싶었으며 지금 가좌동에서 살게 되고 성린교회에 나오게 됨이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자반 공부를 하면서 믿음은 그냥 내가 믿겠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로마서 10장 17절에서는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하나님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음으로 해서 믿음이 자라지 못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성경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혹은 하나님에 대해서나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왠지 쑥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자반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말씀에 대해서 조금씩 깨닫게 되자 감동을 받는 말씀이 많아지고 감동을 주는 말씀을 오래 기억하고자 사진으로 찍어 남기면서 점점 저는 은혜로운 말씀을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예배중에 기도할 때 눈만 감고 있던 제가 짧게나마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하게 되었고 하나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세상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감당할 수 없는 믿음을 주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제 자신의 마음보다는 성령이 강하게 역사하여 주시기를 기도해봅니다. 저의 의지나 믿음은 연약하지만 하나님께서 성령의 역사로 강하게 붙들어 주셔서 더욱 굳건한 믿음 위에 설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제자반 공부를 통해 저는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알았으며 또한 그 죄 때문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으며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값없이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신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구원의 확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마서 4장 25절 “예수는 우리가 범죄 한 것 때문에 내 줌이 되고 또한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 이 말씀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은 성령으로 늘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소망이 막연한 것이 아닌 바로 나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또한 요한복음 1장 12,13절 말씀이 이제는 저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영접하는 자 곧 주 이름을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이 말씀으로 이제 저는 주님의 자녀 됨을 자랑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제 가족을 더욱 사랑할 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여 우리 가족 모두가 구원받아 주 안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 집에서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줄이고 아내를 더 사랑하는 남편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이 또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주님께서 저를 강하게 인도하심으로 역사하실 줄 믿습니다.

그 사이 저는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변화의 모습이 오게 된 것은 제자반 공부를 통해서 하나님 말씀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반 공부를 통해서 우리의 구원이 값없이 은혜로 주어진다는 것을 바르게 깨닫고 믿어지는 것은 저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이제 이 귀한 복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알리는 일이 저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사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 믿음이 연약하고 부족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동안 저에게 함께하여 주신 것처럼 저에게 앞으로 새로운 길로 역사하셔서 좋은 길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지금 이 간증을 적으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왠지 모를 평안함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도생활과 말씀생활 전도생활을 열심히 하여 주의 일에 쓰임 받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