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억하는 주님과의 첫 만남은 한참 김장배추를 수확하던11월 무렵이였습니다. 언니를 따라 7살 때 쯤 처음 갔던 교회는 지금도 떠올리면 7년의 삶을 살아온 어린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 같았습니다. 찬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듣기에 너무 아름다웠고 교회 안을 울리는 풍금소리는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주님과의 첫 만남은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될 때 까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울로 상경 후 홀로 보냈던 청년시절은 그리 밝지 않은 삶이였습니다.
교회는 다니고 있었지만 인격적인 주님을 만나지 못해 지칠대로 지쳐 영적인 방황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님은 음악이라는  끈으로 저를 붙잡아 주셨습니다.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제 삶의 전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있었지만 그 안에 생명이 없었기에 마음의 기쁨보다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자괴감으로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져 갔습니다.

주님은 그런 저에게 믿음의 동역자로 지금의 남편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 사람의 삶을 보면서 제 모습을 하나씩 점검해 나가기 시작했고,
모태 신앙이였던 신랑은 언제나 당당하고 무언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그러한 힘들이 남편의 믿음에서 나오는 열정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기도하시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중보의 힘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저에게도 소망이 생겼습니다. 내 자녀만큼은 나처럼 홀로 이끌어가는 외로운 신앙생활이 아니라 부모의 끊임없는 기도로 자라는 사무엘과 같은 자녀로 키우겠다는 다짐이였습니다.

결혼 이후 시부모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신앙의 울타리 속에서 편안히만 지내려고 하던 저를 주님은 인천이라는 광야로 내 모셨고 의지할 곳이라고는 주님밖에 없도록 만드셨습니다. 사랑이 부족한 저에게 섬김의 참 모습을 보여 주시려고 보내주신 성린교회에서는 여러 집사님들의 모습을 통해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를 내려놓고 주님의 자녀로써 남을 섬기는 모습이 어떠한 삶인지 보게 하셨고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흘러온 시간들이 어느덧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제 삶에도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습니다. 구역원으로써 섬김을 받던 자리에서 이제는 구역원을 섬기는 자리로 바꿔 주셨고, 여러 모양으로 주님을 섬기는 자리에 서게 하셨습니다. 섬김의 자리는 세상 사람들이 바라볼 때 귀찮기만 하고 부담스럽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자리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구역장으로 인도자로 세워 주셨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느낀 것은  그 시간을 통해 저를 자라게 하시는 주님의 깊으신 사랑과 은혜의 선물이요 축복의 자리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2015년을 마무리하는 시기 큰아이가 기독교 대안학교에 입학이 확정되면서 부터 주님은 저에게 또 다른 훈련을 준비하셨습니다. 매일 큐티를 통해 말씀을 먹고 자란 큰아이를 통해, 삶속에 말씀이 없는 저의 모습을 보게 하셨던 것입니다. 기숙사로 떠나는 아이에게 믿음의 부모로써 해주어야 할 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에는 제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내 자녀만큼은 부모의 끊없는 기도로 자라는 사무엘처럼 살게 하겠다’던 다짐과는 다르게 나와 다를 바 없는 영적 고아와 같은 삶을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로써의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그 일을 통해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는 영적 부모로써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셨고, 그런 상황속에서 사역반 공부를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사역반 공부를 모두 마치고 그 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매주 해왔던 말씀묵상들을 읽어 보고, 배운 책들을 넘겨 보며, 그 기간동안 주님은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셨을까? 과연 그 동안 나에게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깊히 묵상해 보았습니다.

성경을 더 많이 깨달음으로 해박해진 성경적 지식이나  좋은 인도자 리더자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자격...저에게 있어서 사역반 공부를 통해 주신 것은 결코 그것이 먼저가 아니였습니다.
먼저는 저를 철저하게 내려놓게 하신 것과, 두 번째로는 좋은 리더자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 결코 해박한 성경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 것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능력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능력이 함께 하실 때 모든 것이 온전하여 질 수 있다는 것 이였습니다. 나의 노력과 열정은 제 삶에서 참 많은 빛을 바라게 했습니다. 누구도 쫓아 올 수 없는 나의 열정은 나를 내세우기에 충분한 좋은 조건이였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과 열정 마져도 저의 것이 아니였음을 주님은 깨닫게 하셨습니다. 나의 노력과 의지가 아닌 오직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또 한 감사한 것은 사역반을 통해 말씀을 듣는 영의 귀를 열어 주시고,
말씀의 포커스가‘내’가 아니라 오직 ‘주님’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말씀이 아니라 주님이 나에게 들려 주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찾고 철저하게 주님의 뜻을 구하는 삶으로 바꿔 나가는 삶이 주님이 원하시는 제자로써의 삶이라는 것이였습니다. 주님이 주인 되어 주실 때 우리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풍성하게 바뀌어 가는지 사역반을 통해서 깨닫게 하셨습니다. 사역반을 마치면서 훈련하시고 깨닫게 하신 또 한가지가 있다면 말씀의 적용이 없고 행함이 없으면 결코 결실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사역반을 통해 주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고, 주님의 제자된 삶이 내가 따르기에는 너무나 높고 멀어서 도저히 다가설 수 없는 무지개 너머의 삶이 아니라, 내 힘이 아닌 오직 주님,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의지함으로 가능한 은혜의 삶임을 이 시간 고백하며 그 믿음이 내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한해 동안 이끌어 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한 사역반 집사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나의 모든 것 되어 주시고, 매일 말씀을 통해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시는 말씀이신 주님 감사합니다.